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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커뮤니티에 기여하기 (feat. 즉흥연기)

태그
단상즉흥연기
최종 편집
Jan 13, 2023 10:32 PM
발행일
January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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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stdy.blog로 이전했습니다. 새 블로그에 어떤 글들이 올라올지 궁금하시면 Upcoming Posts를 참고해주세요. 🙂

내가 인간으로서 더 성숙해지고, 속한 커뮤니티에 더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반성의 의미에서 이 글을 쓴다.

요 몇 년동안 내 3가지 취미 중 하나라며 당당히 말하고 다니는 즉흥연기(Improv, 임프라브)는 AC2 과정 당시 멘토였던 장정화님에게 2016년에 수업을 들은 이래로 쭉 내 삶과 함께였다. 처음에는 내가 연기를 한다는 게 무척 어색했지만, 동료와 합을 맞춰 연습할 때의 재미와 관객과 교감할 때의 희열이 엄청나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이제 어느새 햇수로 8년째다.

작년 9월, 정화님의 초대로 임프로그에서 워크숍을 열어준 Brian과 함께. 
(출처:
작년 9월, 정화님의 초대로 임프로그에서 워크숍을 열어준 Brian과 함께. (출처: 임프로그 인스타그램)

어젯밤에는 정화님이 이끌고 있는 즉흥극단 임프로그의 운영 회의가 있었다. 작년 있었던 이슈와 고민에 대해 대화하면서 2023년에는 어떻게 임프로그를 이어나갈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야근 후 피곤한 마음으로, 조금은 멍하게 참여했지만 점점 더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난 원래 대부분의 회의에서 가장 말이 많은 사람 중 하나인데, 여기서는 왜 이렇게 할 말이 없는 걸까? 물론 적극적인 분들이 많은 곳에서는 일부러 발언 기회를 양보해오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그것만은 아니고 좀 달랐다. 불현듯, 내가 즉흥연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했지만 정작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솟아올랐다.

비록 오랫동안 즉흥연기가 내 삶의 일부였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그 의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머물러왔다. 즉흥연기를 연습하고 공연하는 게 너무나 즐거웠고 그 시간만큼은 다른 모든 걸 잊어버린 채 웃으며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육아를 비롯한 여러가지 핑계로 오랫동안 쉬기도 했던 내가 즉흥연기에 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임프로그 덕분이었다. 임프로그 역시 코로나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임프로그 연습모임이 꾸준히 있었고 가끔씩이나마 공연을 했기에 이 커뮤니티가 지속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연습모임과 공연이 이어지게 만든 원동력은 정화님, 계홍님, 의제님을 비롯한 코어 멤버들의 헌신에서 나왔다. 공간이 대여되어 있고, 꾸준히 모이는 멤버들이 있고, 어떤 주제로 연습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셨으니 나는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었다. 즉 나는 임프로그라는 커뮤니티에서 ‘참여자’ 이상의 기여를 하지 못한 채, 다른 분들의 헌신에 업혀가며 이 훌륭한 공유지를 소비하기만 해왔던 것이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 내가 어떤 커뮤니티를 사랑하고, 그래서 그 커뮤니티가 조금이라도 더 활성화되고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나 스스로가 커뮤니티에 더 기여해야 한다. 커뮤니티의 생산물만 즐길 게 아니라 다른 기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도 목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더 생산하고, 함께 노력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커뮤니티의 규모가 (임프로그처럼) 작다면 한명 한명의 기여가 더 중요하고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올해는 나도 임프로그를 더 많이 외부에 알리고, 이 커뮤니티가 잘 굴러갈 수 있게 움직이고자 한다. 공연 초대도 하고.

생각해보면 내가 충분한 기여 없이 당연스레 여기며 소비하고만 있는 커뮤니티는 그 외에도 수없이 존재한다. AC2 디스코드, SNS에 공유되는 좋은 글들, 매일 배달되는 뉴스레터, 무료로 보는 유튜브 채널들, 가져다 쓰는 수많은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즐겨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구와 가족들. 이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정당한 노력의 댓가를 지불하고, 감사의 의미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겠다.

  • 슬랙, 디스코드, 페이스북, 링크드인, 뉴스레터, 유튜브… 어디서든 좋은 컨텐츠를 보면 좋아요 누르고 감사댓글 달기. 나는 좋아요에 너무 깐깐했다.
  • 스택오버플로우와 페이스북 그룹의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변하기. 자주는 못하더라도, 양보다는 질이다.
  •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깃헙에 스타 찍고, 버그 리포트하고, 개발자 후원하기. 무료로 사용하던 Git GUI 도구 fork의 라이센스를 방금 구매했다.
  • 지인과 친척들에게 괜히 먼저 연락하고, 때론 만날 약속 잡기. 내가 예상치 못하게 받았던 메시지에 감동했던 것처럼.
  • 가족들에게 매일 고맙다고 이야기하기.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가족에게는 고마움보다는 서운함만 얘기하게 된다.

의식 수준을 높이니 해볼 만한 게 너무 많다. 단순히 나의 성장과 좋은 평판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해, 사람을 위해, 관계를 위해 시간을 써보자. 스스로를 지나치게 옥죄지 말고 내 에너지가 허용하는 수준에서 천천히 실천해보자. 그러나 그 수준은 조금씩 높여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