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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문자와 신뢰

태그
단상
최종 편집
Jul 4, 2023 10:57 PM
발행일
May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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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에 온 두 건의 긴급재난문자는 참 좋지 않았다. 신뢰 때문이다. 코로나 때 재난문자가 대국민 카카오톡처럼 남용되던 시기가 좀 지나서 그나마 재난문자에 대한 신뢰와 경각심이 회복되고 있었을텐데, 이렇게 되면 다음 재난문자가 진짜로 중요한 사건을 알리더라도 사람들의 초기 대응이 훨씬 굼떠질 거라고 본다.

첫번째 문자에 원인이 제대로 써있지 않아서 직접 원인을 찾아봐야 했던 것은 그렇다 치자. 위양성 경보가 되더라도 일단 시급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첫번째 문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뭐 때문이고 자세한 상황 파악 중이다' 정도를 덧붙였다면 사람들이 더 안심하고 덜 움직였을까? 그러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더 컸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두번째, 오발령 안내다. 실수를 저질렀음을 자각하고 대응한 건데, 물론 이것 또한 '이미 반응하고 움직이고 있었을 사람들'을 긴급히 진정시키기 위해 시급하다고 봤을 순 있겠다. 하지만 '오발령'이라는 단어는 정말 'ㅈㅅ 실수로 눌렀음ㅎㅎ' 정도로 느껴져서 신뢰가 팍 떨어진다. 심지어 발송 주체도 달라서 더 별로다. 예를 들어 '사태 파악 결과 대피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안심하시고 일상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같이 보냈으면 어땠을까? 참 아쉽다.

추가 1: 페친 중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고

공습경보 등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게 민방위 예비군 훈련인데 평상시에는 민방위 훈련 자동으로 듣게하는 스크립트 내지 자동화 꿀팁 공유하며 교육 안들으면서 비상 상황이 정작 찾아오니 왜 정부는 나한테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지 않느냐 라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개인적 차원에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는가, 와 구조적 차원에서 더 나은 지침을 제공할 수 있었는가, 는 다른 질문이고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난문자를 받는 국민 중 유사한 교육을 명시적으로 받지 않은 사람도 많을 뿐더러, 교육을 받았다 한들 그게 실제 상황에서 행동으로 전이될 수 있게 훈련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훈련할 기회가 자주 있지도 않고, 그런 교육이 전이를 위한 학습 설계도 잘 안 되어있으니까요.

추가 2: 아래 사진은 같은 정보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페친 김정환님이 공유해준 것이다. 상당히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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