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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편집
Dec 30, 2022 2:30 AM
발행일
September 12, 2021
한두달 전부터 아내와 함께 조금씩 앱테크로 푼돈 버는 걸 해보고 있다. 쏟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앱테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게 정말 푼돈 버는 수준인데, 예를 들면 이런 활동들이다.
- 오프라인으로 가게 들를 때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 올리기: 하루 최대 5회, 재방문은 10원 신규방문은 50원
- 은행, 카드, 페이 앱 등에서 제공하는 출석체크, 추첨, 송금 이벤트 등.
- 은행, 카드, 페이 앱 등에서 오픈뱅킹 따위를 이용하여 내 자산을 연결하는 이벤트.
- 친구 초대를 통한 앱 설치 및 신규 회원가입. 주로 내가 직접 하진 않고 아내가 보내준 거 보고 너무 귀찮지 않으면 설치하는 수준.
아내는 회원가입하고 SNS에 홍보하고 이런것까지 하던데 나는 주로 이미 설치한 앱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정도만 한다. 어쨌든 이렇게 이쪽 세계에 발을 살짝 담궈보니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서, 그리고 앱테크 생태계 참여자로서 느껴지는 게 몇 개 있어서 글을 적어본다.
- 사실 요즘도 가끔 내가 뭐하고 있지, 시간낭비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때가 종종 있지만, 이런식으로 얻는게 있긴 있으니 아내의 머니메이트로서 딱 이 수준의 시간만 쓰는 정도는 계속 할 것 같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서
- 앱 설치 과정의 온보딩이나 이벤트 신청 퍼널 같은 UX 플로우를 많이 관찰하고 경험한다. 앱을 많이 써보니 원래 당연히 안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금융사 앱들도 생각보다 무척 빠르고 괜찮게 만든 것들도 많다는 것도 알았다. 좋은 UX 플로우를 만드려면 여러가지 앱을 많이 써보는 것도 중요한데 알게모르게 그런 경험이 쌓인다.
- "그래서 뭘 배웠다"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아마 내가 만드는 앱에도 적용할 기회를 내 무의식이 언젠가 주지 않을까.
- 이미 설치해놓은 앱에서 출석체크나 그에 준하는 1일 1회 이벤트를 제공하는 경우, 참여하기가 충분히 쉽다면 + 확실한 재화를 준다면 앱 체류 시간이 어떻게든 길어진다. 나도 팝업 광고를 자꾸 보다 보니 한두번씩은 눌러보게 되고, 다른 이벤트는 없나 둘러보게 되고, 그러다가 한두개는 꼭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진심으로 참여하게 되더라.
- 그런데 이런 류의 이벤트는 결국 앱 체류시간을 늘려 간접적인 효과를 내는 게 목적일 거라, 개발/운영하는 데 드는 품이 실제로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오는지는 측정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즘 어떤 행위들이 유저 획득 비용이 높은지, 즉 돈을 써서라도 끌어오고 싶은지 트렌드가 제법 보인다. 예를 들어 오픈뱅킹 출범 이후로는 각종 금융사에서 자기 앱에서 모든 걸 관리하게 하려고 이벤트를 많이 한다("자산 연결하고 얼마 받으세요, 스벅 쿠폰 받으세요" 같은 이름으로). 카드, 계좌, 보험처럼 한번 만들면 장기적 지출을 할 가능성이 높은 이벤트는 역시 보상을 많이 주고. 특히 자동차보험은 "견적 계산만 해도 준다"는 보상이 만원대로 꽤 크다.
- 즉 어차피 이런거 만들거나 가입할거면 내 금융 앱을 통해 이벤트로 참여하는게 소소하게나마 이득이다. (근데 네이버 멤버십 현대카드는 자체 프로모션만 하고 연동된 이벤트는 못 찾아서 그냥 만듦)
- 스벅 커피 쿠폰이나 편의점 n천원 쿠폰 같은 걸 이벤트 참여 보상으로 주는 일도 많은데, 이런거 받으려면 마케팅 수신 동의를 해야 한다. 나는 마케팅 수신 동의를 비롯해 거의 모든 선택 동의를 다 끄는 유형의 사람인데 보상 받으려면 어쩔 수 없더라.
- 네이버페이처럼 자체 포인트가 거의 실제 현금에 준하는 수준의 플랫폼을 갖추지 않았다면, 문자 보내는 비용이 들긴 하겠으나 이걸 통해 마케팅 수신 동의한 유저를 다수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게다가 보통 이런 보상을 바로 주지 않고 이벤트 기간 끝나면 일괄로 주는데, 그러면 적어도 그 사이에는 마케팅 수신동의를 웬만하면 계속 켜둘테니 마케팅 문자를 보낼 기회가 생긴다.
앱테크 생태계의 참여자로서
- 쿠폰 같은 걸 얻었으면 결국 현금화를 해야 한다. 앱테크 참여자들이 많다 보니 이걸 사고 파는 플랫폼도 상당히 활성화되어있는데, 내가 실제로 소비를 해야 할 때도 이런 플랫폼을 이용하면 귀찮음 + 약간의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하여 적당한 현금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배스킨라빈스, 각종 편의점,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괜찮은 쿠폰이 많이 풀려있다.
- 가입 및 설치 이벤트에 꼭 따라오는 게 친구추천 코드 입력인데, 나는 아내가 가입하고 나면 아내를 추천코드로 넣지만 아내는 이 이벤트를 소개해준 인플루언서(e.g., 밍키언니)의 코드를 넣는다. 인플루언서들이 이런 식으로 얻는 재화도 엄청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정도 급이 아니면 앱테크는 시간 대비 효용이 크지 않을 것 같다.
- 앱테크도 꽤 유명해지다 보니 구독자가 몇만 명인 인플루언서면 그 효과로 이벤트 참여자도 굉장히 많아지는데.. 얼마나 참여하겠어? 하면서 이벤트 참여 보상을 좀 안일하게(e.g., 제한이나 추첨 따위 없이 참여자 전원에게 실제로 재화 지급) 설계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사고가 나서, 돈은 돈대로 쓰고 고객은 화내면서 다 빠져나가는 서비스들도 종종 있더라.
- 예전에는 10원 준다, 50원 준다 같은 거 풉 하면서 넘겼었는데 이제는 무시하지 않고 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아마 나같은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다. 즉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상이 웬만큼 크지 않으면 전혀 참여 안하고(존재 자체를 모름), 참여하는 사람들은 체리피커 비중이 높고, 중간은 별로 없을 것 같은 느낌. 특히 인플루언서를 따라서 이벤트 참여하려 온 사람들은 체리피커일 확률이 아주 높을 것이다.
- 이벤트 입안자 입장에서는, 체리피커들이라도 상관없거나, 성과 측정을 잘 안 하거나, 체리피커라도 어쨌든 일부는 실제 고객으로 전환될 확률이 있으니 이런 이벤트를 많이 하는 걸까? 출석체크 이벤트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이런 보상류의 이벤트가 실제로 장기적으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또는 장기적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가 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