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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매니큐어와 함께

태그
단상육아
최종 편집
Feb 11, 2024 12:09 AM
발행일
December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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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stdy.blog로 이전했습니다. 새 블로그에 어떤 글들이 올라올지 궁금하시면 Upcoming Posts를 참고해주세요. 🙂

여은이가 눈여겨보던 화장품 놀이 세트를 아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다. 여은이로부터 옮은 감기로 아내와 나는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여은이는 콧물 훌쩍거리면서도 아주 신나서 온 집안을 매니큐어 부스러기 천지로 만들고 있다.

여은이고 낮잠 자고 일어나더니 자기 귀에 붙여뒀던 별모양 스티커 귀걸이가 없어졌다며 세상 서럽게 운다. 다음에 사러 가자고 하니 울음을 그치며 이번엔 나에게 네모 모양 스티커 귀걸이를 붙여주었다. 이 귀걸이를 여은이가 하면 되겠네, 라고 말했더니 별모양이 아니라서 싫단다. 그리고 거부하는 나를 기어이 자리에 앉혀서는 온갖 색깔로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를 발라주며 배시시 웃는다. 평생 이런거 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졸지에 5년 전 결혼식 이후 가장 많은 메이크업을 하게 됐다.

나는 예전부터 부스러기 떨어지는 걸 싫어해서, 어떻게든 과자를 한입에 넣든가 아니면 싱크대 위에서 과자를 먹곤 했지만 육아하면서는 참 어쩔 수가 없구나. 콧물 훌쩍이며 여은이가 쏟은 매니큐어를 바닥에서 뜯어내자니 한숨이 나오면서도, 나에게 매니큐어 바르며 웃던 표정 생각하면 행복하다. 아무튼 여은이 덕분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작년 연말에도 여은이가 심하게 배탈을 앓고, 아내와 나도 많이 아팠는데 그때보단 상태가 낫다. 내년엔 더 나아지겠지.

다음주부터는 여은이는 어린이집 방학이라 어떻게 케어할지 걱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Slow week라는 이름으로 일을 안해도 되는 주간을 선사해주셨다. 천천히 몸 회복하면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글 3개 쓰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