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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큰 영향을 준 사람들: 변화 계기, 변화 유지, 관성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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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최종 편집
Feb 6, 2023 3:19 AM
발행일
February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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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stdy.blog로 이전했습니다. 새 블로그에 어떤 글들이 올라올지 궁금하시면 Upcoming Posts를 참고해주세요. 🙂

지난 연말에 회사에서 일 안해도 되는 주간으로 선사해준 Slow Week 때 가족 프로젝트로 아내의 블로그를 개편했다. 언어치료사인 아내는 퍼스널 브랜딩을 만드는 동시에 다른 언어치료사들이 찾아올 만한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도메인은 좀 다르지만, 내가 스타트업에서 여러 개발자 이력서를 봐왔던 걸 기반으로 담백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소개글을 함께 작성했다. 요즘 아내는 논문을 읽고 언어치료에 적용해볼 만한 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힘들지만 즐겁게 블로깅을 하고 있다.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세어보면 얼마 안 된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자주 조언을 듣는 지인에게 블로그와 퍼스널 브랜딩 얘기를 꺼냈더니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잘 세어보면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 영향력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길 바란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하더라. 작년도 올해도 개인 목표 키워드 중 하나가 ‘영향력’인 나에게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문득, 내 삶에 큰 +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돌이켜보고 기회가 될때마다 연락해 감사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큰 영향을 받은 사건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내 소개글에 남겨두었지만 명시적으로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을 제외하고) 현재 내 삶을 중요하게 구성하는 요소들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대략 시간순으로 정리해봤다. 목록을 들여다보니 대부분은 내게 ‘변화의 계기’가 되어준 사람들이며, 2007년 이전의 사건은 전무하다. 분명 더 어린 나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 많았겠지만 그 충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흡수해버려서 그럴 것이다. 언젠가부터 그게 원래의 나라고 생각했을법도 하다.

변화 계기, 변화 유지, 관성의 법칙

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기억에 잘 남았을까? 어쩌면 사람도 관성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개 자기가 가고 있던 방향으로만 계속 움직이려 하고, 임계 이상의 충격을 받아야 방향이 바뀌니까. 나이가 들며 가진 게 많아지면(질량이 커지면) 관성도 강해지고, 변화를 위한 충격 임계점도 계속 높아지니까. 그러니 임계 이상의 충격을 주었던 그 순간 함께했던 사람들이 뇌리에 박혔으리라.

그러나 변화 계기가 생겼다고 해서 그 변화가 꼭 오랫동안 유지되는 건 아니다. 하던 대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을 비롯한 여러 마찰 때문에 멈춰버린다. 단발성 충격이 마음 깊이 새겨져서 완전히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움직이고 있는 사물을 좀 더 밀어주는 건 어렵지 않다. 작게나마 그 방향으로 꾸준히 힘을 받으면 변화가 유지된다. 그 방향으로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그거나, 꾸준한 자극을 주는 사람 근처에 있을 수 있는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등 환경을 만들어두면 변화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작년과 똑같이 “내 주변 중요한 사람들과 내가 속한 조직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영향력을 구축한다”이다. 내가 누군가의 행동 변화를 위해 시도하는 활동들에 어떤 기대치를 가져야 할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효과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관성의 법칙을 고려하여 고민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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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xcalidraw.com/ 로 그린 3가지 영향력 패턴.

  • SNS, 뉴스레터, 블로그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작은 영향을 주는 방식이다(A). 그러나 인터넷에서 글을 읽어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 일이 드물듯, 이런 글로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 내 에너지는 적게 드는 게 장점이기도 하고, 또 이전에 다른 곳에서 충분한 충격을 받아 변화가 진행 중이라면 그걸 유지시켜주는 수준으로는 작동할 수도 있다.
  • 1회성 코칭, 세미나, 강연은 적은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인상적인 기억을 남길 순 있으나, 오랫동안 변화 유지가 될 정도의 자극을 계속 주기는 어려운 방식이다(B). 우선 청중들에게 공명이 될 만한 내용으로 코칭과 강연을 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으며 그렇게 생긴 인연을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사후 케어하는 것까지 가면 훨씬 힘들어진다. 그래도 청중들이 나 대신이라도 꾸준한 힘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안내하는 정도는 신경써봐도 좋겠다.
  • 다회성 코칭 후 커뮤니티 만들기는 단 몇 명에게 변화 계기가 될 정도의 큰 임팩트를 주고, 그 다음 빈도가 낮더라도 커뮤니티에서 지속적 자극을 주어 변화 유지를 돕는 방식이다(C). 대상 범위는 가장 작고, 에너지는 가장 크게 들지만, 효과는 가장 크다.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내가 인지하기에도(그래서 뿌듯함을 느끼고 내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에도) 가장 좋다. 내게는 AC2가 이런 곳이었다.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여러 차례의 1:1과 협업이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도록 설계해볼 수도 있겠다.

에너지를 좁은 범위에 강하게 투사할수록 변화 유지가 될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수월하다. 그러나 내 에너지를 많이 들인다 해도 실질적 임팩트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니 설계를 더 치밀하게 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기대치를 낮춰야겠다. SNS 리액션, 블로그 댓글, 강연 후기 이메일 등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댓글이 없다고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댓글 단 분들이 꼭 변화 유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변화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도를 해보고, 다행히 유지되고 있다면 그저 감사하면 된다.

Appendix: 내게 큰 영향을 준 사람들

간단하게만 정리하려고 했는데 관련된 히스토리가 자꾸 생각나서 점점 길어졌다. 당연히 최근 기억일수록 더 생생하지만, 거의 지난 15년을 회고하는 기분으로 썼다. 이분들은 올해 연락 또는 감사인사를 남길 만한 분들이기도 하다.

내 삶의 결정적 순간에 함께 했던 분들

강유원: 철학자. 철학 및 인문학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즐겨 읽던 웹소설가 카이첼(박인주)의 블로그에서 “이성이라는 칼은 날카로워야 제 구실을 하는 법이니 숫돌처럼 딱딱한 책에 갈아야 한다. - 강유원”이라는 말을 봤다. 멋있는 말이길래 강유원이 누군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철학자였고, 홈페이지(http://allestelle.net/, 현재 폐쇄)가 있었다.
  • 그의 홈페이지에는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강의자료와 mp3 파일이 있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서양철학사를 비롯해 업로드되어있던 대부분의 강의를 탐독했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지식은 거의 없지만 내 사상의 근간에 강유원이 상당히 영향을 줬을 것이다.
  • 강의 중에서는 이강룡이 EBS에서 했던 글쓰기 강의 녹음본도 있었는데 이걸 듣고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내 생각을 글로 옮겨보기 시작했다. 복무하는 18개월간 엄청난 양의 메모를 적고, 배상문의 블로그(폐쇄,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에 내용 있음)를 보며 한국어 문법 및 맞춤법을 공부하고, 임의의 키워드 두 개 섞어서 글 써보는 연습과 강유원의 저서 <책과 세계>를 문단별로 요약하는 연습도 해봤다. 이강룡 홈페이지에 첨삭지도 신청도 있길래 내가 쓴 글을 첨삭받아보기도 했다. 메모를 더 제대로 기록해놓고 싶어서 이글루스 블로그도 시작했었다.
정주영: 고등학교 동기, 룸메이트. 이 친구 덕분에 스타트업 세계에 첫발을 들였다.
  • 제대 후 복학. 타인의 관심과 인정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여름방학 때 운동하다 발을 다치는 바람에 목발을 짚고 학교를 돌아다니자니 서글펐다. 그러다가 주영이가 연락해서 나 제대하기만을 기다렸다며, 창업동아리를 만드려는데 믿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얘기해주었다. 별거 아닌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자존감이 확 채워졌던 순간이었다.
  • 그때부터 대학원을 자퇴할때까지 줄곧 함께했던 창업동아리 KLC는 내가 진지하게 현재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그려보았던 공간이었다. 생각해보면 동아리 운영과 수많은 잡일을 거의 주영이가 주도해서 처리했고 나는 많이 얹혀갔다. 2021년에 쓴 인생 계획에 대한 글에 당시 동아리의 주 컨텐츠였던 ‘미래공유’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 그리고 중고등학생의 진로탐색을 돕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로 동아리원중 일부가 의기투합해 만든 EverMentors. 다들 너무나 미숙했기에 실제로 유의미한 사업화까지 가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나는 스타트업의 속도와 열정에 빠져들어 평범한(?) 진로는 성이 차지 않게 됐던 것 같다. 좁은 세계였으나 좌충우돌 고생도 하고 여러가지 배웠다.
  • 몇 가지 이유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됐지만 계속 응원하는 친구다. 주영이는 지금도 대전에서 드림어필이라는 앱을 통해 EverMentors에서 추구했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고잉님: 이분이 설립한 오픈튜토리얼스에서 웹개발 기초를 배웠다.
  • 위와 이어지는데, KLC와 EverMentors에서는 전산학과였던 내가 주도해서 동아리 홈페이지와 서비스 페이지를 만들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웹개발은 아무것도 몰라서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정의부터 알고 시작해야겠다 싶어서 공부하다가, HTML이 뭐지? → HTTP가 뭐지? → 프로토콜이 뭐지? → 마크업이 뭐지? → … 이런 식으로 링크가 끝없이 나와서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 그러다가 주영이가 오픈튜토리얼스에 대해 어디서 들었다며 알려줬다. 이고잉님의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따라하며 익힐 수 있는 웹개발 강의가 거기 있었다. PHP + CodeIgniter, jQuery, Bootstrap 등 수많은 기초 개념과 도구를 여기서 배웠다. 웹 개발자로서의 내 커리어가 시작된 순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 문득 오랜만에 사이트 들어가보니 후원하기가 있길래, 많이 늦었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적게나마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이상경 교수님: 대학교 4학년 때 수강했던 ’비판적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셨다.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자신감을 확실하게 얻었다.
  • 학부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이 수업은 주제가 주어지면 각자 글 써와서 제출하고, 교수님이 글의 일부를 뽑아 팀별로 논의하면서 칭찬과 비판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평생 안읽던 시집을 읽어보거나, 캠퍼스에 있던 석상을 보고 글을 써보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했다.
  • 나는 거의 항상 ‘잘 쓴 글’로 뽑혀 글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아, 쑥쓰러우면서도 무척 기뻐했다. 모든 수강생은 한글날 기념으로 개최됐던 ‘과학 글쓰기’ 대회에 강제 참가를 했어야 했는데 이때 수필을 제출해 상도 받았다. 여러모로 자존감이 많이 충족된 시기였다. 이후로는 내 글이 좋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글 공개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어느 정도는 지금 하는 블로깅의 원천일지도.
  • 타인의 평가에 자존감이 강하게 반응한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미성숙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뭐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신인식 교수님: 대학원(CPS Lab) 시절 지도교수셨다. 영어 논문 읽는 데 부담이 없어졌다.
  • 교수님과는 복학 후 LG전자에서 여름방학 인턴으로 일하던 때 처음 만났다. 교수님은 어렵기로 유명했던 전산학과 필수과목 ‘운영체제’를 가르치고 계셨는데, LG전자에서 내 사수였던 연구원 분이 나를 칭찬하며 내가 다음 학기에 운영체제를 수강한다고 말씀드리자 ‘눈여겨보겠다’고 얘기하셨다. 그 말이 뭐라고, 다음학기에 나는 굉장히 긴장하여 집중하면서 수업을 들었고 평가도 좋게 받아 전산학에 흥미가 돋았다. 정작 교수님은 기억을 잘 못하신 것 같지만.
  • 아무튼 그 인연으로 학부생 때부터 연구실을 들락거리다가 대학원도 신인식 교수님 랩으로 들어갔다. 정작 연구 자체는 피드백이 너무 늦게 돌아온다는 것 때문에 나와 맞지 않아 자퇴했지만, 대학원 연구실이라는 한 세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원 때려치고 창업한다는 나를 응원해주셨다.
  • 요즘은 날이 갈수록 정교한 실험 설계와 엄격한 리뷰를 거친 논문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의문이 생기면 논문을 찾아보는 일이 늘었다. 영어 논문 읽기의 부담을 없애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대학원 3년 투자했던 건 본전은 뽑으리라.
김창준님: AC2 코치.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커뮤니티를 하나만 꼽으면 AC2다.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간단히 기술하기 어렵다.
  • 창준님을 처음 알게 된 게 노스모크였는지 창준님 블로그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여러 글을 감명깊게 읽고 있다가 2009년에 창준님도 참여하는 스크래치데이 서울이라는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병장 말년휴가 때 참여하고 왔다. 이 행사를 계기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에도 잠깐 참여했었다. 당시에는 끈기도 없고 자신감도 부족하여 금방 빠져나왔지만.
  • 이후에도 창준님의 블로그 글을 자주 읽었다. AC2 교육을 시작하신다는 글도 읽었다. 오랫동안 벼르고 있다가 대학원 월급을 모아 마침내 2013년에 AC2 11기를 들었다. 실무 한번도 안 해본 내가(당시 AC2 커뮤니티에서 내가 가장 어린 사람이었다) 대전-서울 왔다갔다하면서 그 비싼 교육에 참여할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 결정을 내렸던 당시의 나를 칭찬한다.
  • 지난 10년간 창준님과 AC2로부터 내 삶에 크고작은 자극을 꾸준히 받았다. 2021년 말부터는 AC2 디스코드 서버에도 들어가서 오랜만에 구성원들과 대화도 나누고, 교육도 더 받고, 나도 다시 기여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44기에도 오랜만에 멘토로 참여했다.
장정화님: AC2 11기 멘토. 현재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취미 중 하나인 즉흥연기를 가르쳐주셨고, Imfrog로 함께하고 있다. 즉흥연기를 배운 뒤 삶에 행복이 하나 더 늘었고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지게 됐다.
  • 요즘은 헬렌이라고 부르는 정화님은 서로의 집도 자주 가봤고 참 오래 깊은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헬렌과 헬렌의 남편분인 박계홍님은 항상 모든 일이 잘 풀리길 기원하게 되는 분들이다.
  • 즉흥연기를 처음 제대로 접한 건 2014년 헬렌의 XPER 워크숍이었다. 처음 만나는 분과 미러 트윈스를 하며 교감했던 강렬한 기억. 2016년에는 헬렌의 수업을 들었고, 그 다음 수업을 듣고, 또 그 다음 수업을 듣고, 아예 극단 Imfrog에 참여했다.
  • 즉흥연기에 대한 내 감정은 다른 글에 잘 써놨다. 그런데 커뮤니티에 기여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니까 챙기고 신경쓸 인연이 (이 글 자체도 마찬가지고) 엄청 많다. 내 에너지 관리를 잘 해야겠다.
김정훈님: AC2 11기 멘토. 오랫동안 밀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첫번째 직장 NBT에서 함께 일했다. 요즘은 월 1-2회 상호코칭을 하며 리더십과 조직변화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 2013년에 멘토링 받을때도 좋았지만 정훈님과 제대로 인연이 시작된 건 그 다음 해부터였다. 2014년 초에 AC2 메일링 리스트에 실무를 배워보고 싶어서 ‘주말 파트타임으로 데려가 일 가르쳐줄 분 계신가요’ 하며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거기에 정훈님이 답장을 주셨고, 그때 Git과 협업에 대해 많이 배웠다.
  • 2016년에 첫 직장으로 NBT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정훈님의 영향이 아주 컸다. 아무리 창업이니 스터디니 했어도, 나는 경험 적고 자신감만 충만하여 면접 준비 따위 하나도 안 된 사회초년생에 불과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면접 점수가 상당히 안 좋았는데, 정훈님이 내가 잘 할만한 친구라고 보증해줘서 입사가 됐다고 한다. NBT에서 서버 팀 리드로서 많은 걸 가르쳐주셨고, 최수경님과 함께 셋이서 ‘뇌피셜’이라는 사내 저널도 썼다.
  • NBT 이후로 정훈님과 함께 일한 적은 없지만 여러 책 스터디와 오픈소스 기여 스터디 등을 함께 하며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작년 초부터는 주기적인 온라인 상호 코칭으로 고민을 나누며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차분하게 다층적 사고를 하시는지, 정훈님의 관점을 듣는 게 무척 좋다.
김재원님: 대학원 동기, 두번째 직장 엘리스의 대표. 엘리스에서 React를 비롯해 모던 프론트엔드를 처음으로 익혔다.
  • 재원이형이 NBT에서 일하던 나의 뭘 보고 프론트엔드 매니저 자리를 제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자리에 부끄럽지 않게 정말 열심히 일했다. 처음에는 기술이 굉장히 부족했지만 빠르게 익혀 디자인 시스템, 테스트 자동화 등 여러가지를 시도하며 역량을 키웠다.
  • 엘리스에서는 그 외에도 채용 프로젝트 구성하는 법, 주니어 온보딩하는 법,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법 등 여러 협업의 기술도 조금씩 익혔다. 우리 모두 미숙했지만 쌩고생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결국 내가 다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지만 지금도 당시 엘리스 멤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웅철: 고등학교 동기. Rails 스터디, 스타트업 스터디 함께 하며 기초를 쌓았다. 세번째 직장인 KCD에서 함께 일하며 날 프로덕 엔지니어로 성장하게 해주었다.
  • 웅철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라서 친했다. 그때는 둘 다 물리학도였는데 나는 대충대충이었고 웅철이는 공부파였다. 함께 SF 소설 번역하기 모임을 잠깐 만들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도 함께 찍었는데, 졸업 후에는 웅철이 미국으로 유학가면서 연락이 끊겼다. 언젠가 우연히 웅철의 블로그를 보면서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는 걸 알게 돼서 신기했다.
  • 웅철과 다시 제대로 만난 건 2014년쯤이었던 것 같다. 같이 대전에서 보드게임을 하다가 스터디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SICP(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와 해석) 스터디를 했고, 이후 Rails 스터디, How to start a startup 스터디를 하면서 배운 게 엄청나게 많다. Rails는 사실상 웅철이 과외를 해준 수준이었으며 How to start a startup에서도 이미 스타트업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던 웅철의 관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웅철은 내가 창업할 때도, NBT에 들어갈 때도, 엘리스로 옮길 때도 많은 조언을 해주었으며 KCD에서는 팀장-팀원의 관계로 같이 일하게 됐다. 웅철과 협업하면서 단순한 개발자가 아닌 프로덕 엔지니어로서의 자세를 익혔고, 효과적인 1:1을 수행하는 법을 비롯해 팀 리드로서 현재 내가 실행하고 있는 많은 부분이 웅철에게 흡수한 것들이다.
유진(김영후님): KCD 동료, XL8 동료. 네번째이자 현재 직장인 XL8로 날 데려오셨다. 현재 내 삶에 XL8이 차지하는 바가 굉장히 크니 유진의 영향도 굉장히 큰 셈이다. 최근에는 전자책 읽기에 입문하게 해주셨다.
  • 유진은 KCD에서 앱 엔지니어링 팀 리드셨고, 나는 프로덕 엔지니어였다가 프론트엔드 팀 리드로 전환했다. KCD 재직하는 기간동안 유진과 긴밀하게 협업할 일이 무척 많았고, 개발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 유진이 KCD를 떠나 XL8로 가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나는 이직에도, 인공지능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2021년 여름 유진이 연락하셔서 XL8에 대한 소개를 다시 해주시면서 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그 때였고, 결국 몇 달 뒤 XL8에 합류하여 지금은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공지능 도메인으로 적절한 시기에 옮겼다고 생각한다.
  • 유진은 꾸준한 독서가이기도 하다. 책 추천 좀 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올해 초에 <찰리 멍거 바이블>을 리디북스 전자책으로 선물해주셨다. 선물받고도 언제 읽나 싶다가, 듣기(Text-to-speech) 기능이 있길래 운동, 집안일, 운전하면서 들으니 읽기가 굉장히 수월했다. 덕분에 짜투리 시간이 아주 풍부해졌고 요즘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듣고 있다.

짧게라도 꼭 언급하고 싶은 분들

  • 류성진님: AC2 멘티. 김정훈님께 도움받았던 것처럼 AC2 커뮤니티에 보답하고 싶었고, 성진님이 AC2 메일링 리스트에 도움 요청하신 걸 계기로 여러 번 만나 스터디 겸 일종의 코칭을 했다. 어쩌면 첫 피코치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아는 게 거의 없는 부족한 인간이었는데 참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 김동우: 대학교 동기, AC2 멘티.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정보를 주는, 취향이 비슷하여 추천을 믿을 만한 친구다. 창업에 관심 있던 내게 Y Combinator를 처음 소개해줬고, 요즘도 유용하게 쓰는 1password와 얼마 전까지도 잘 사용하던 Workflowy도 동우가 소개해줬다.
  • 이재호님: KCD 프론트엔드 팀 동료. Javascript였던 프론트엔드 저장소에 Typescript를 도입하셨다. 덕분에 나의 프론트엔드 기술도 한 단계 올라갔고 이후 KCD 프론트엔드 팀 채용도 유리해졌다.
  • 래리(김상희님): AC2 도반, KCD 동료. 유진의 추천으로 KCD에 합류하셨다. 래리 덕분에 프론트엔드 팀 채용 프로세스가 훨씬 고도화되었고, 효과적인 면접 방법 등 여러가지 배운 게 많다.
  • KCD 프론트엔드 팀원들: 직접 이 분들을 채용하고 팀 빌딩하여 리드하면서 내 역량과 커리어가 완전히 다음 단계로 전환되었다. 훌륭한 팀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자각하고, 개인보다 팀으로서 내는 임팩트가 훨씬 클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한바환님: KCD 프론트엔드 팀 빌딩 과정에서 채용 후보였던 분. 채용 프로젝트 결과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그 뒤 개인적인 연락도 몇 번 주고받았다. 결국 KCD에 합류하시진 않았지만, 바환님이 채용 프로젝트에서 선택하신 기술 스택과 그 이유를 들으면서 나도 세이프 존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많은 기술적 성장이 있었다.
  • 준(황준호님): KCD 동료. KCD에 계시는 동안 투자에 대한 세미나를 몇 번 열어주셨다. 준 덕분에 자본소득에 대한 개념이 많이 잡혔다. 삶에 대한 관점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분이다.
  • 홍영기님: AC2 도반. 아직도 실제로는 한번도 못 만났지만, 2021년 말 AC2 커뮤니티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배운 것들 중 영기님께 배운 OKR이 특히 유용했다. OKR을 변주하여 XL8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목표설정 프레임워크로 잘 써먹고 있다.
  • Huberman: 작년부터 나의 건강 지식을 책임져준 신경과학자 유튜버. 운동하면서 듣기 딱 좋은 발성을 가졌다. 올해는 휴버맨이 신체 및 정신건강을 위해 추천하는 루틴을 따르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감사함의 의미를 담아 Premium 구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