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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ROI 프레임워크 만들기: 2) 내게 가치있는 선택을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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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학습법가이드
최종 편집
Dec 30, 2022 2:34 AM
발행일
February 8, 2022

이전 글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치를 느끼는지 정의했다. 이번에는 그러한 가치있는 일들을 더 많이 발견하는 방법과, 그 중 더 좋은 선택지를 필터링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가치있는 선택지를 발견하는 환경 구축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활동/학습자료/교육 등을 어떻게 하면 잘 발견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해보니 핵심은 ‘커뮤니티’였다.

양질의 정보가 알아서 흘러들어오게 한다

정보의 양 자체는 너무나 많은 시대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필터링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독하고 좋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도록 하자.

  • 뉴스레터 및 큐레이션: 긱뉴스(기술, 스타트업), 리멤버 나우(경제), LeadDev(팀, 생산성, 리더십), 아웃사이더 기술 뉴스, Relate SaaS 리스트, 프론트엔드 관련 여러 가지(JS Weekly, TS Weekly, CSS Weekly 등)
    • Quora나 Medium의 주간 뉴스레터는 너무 주제가 광범위하고, 흥미로운 글이 별로 안올라오는 느낌이라 구독을 끊었다.
    • 이전에는 여러 블로그를 직접 구독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안하게 됐다. 충분히 좋은 글이라면 긱뉴스 등을 통해 발견되리라는 마인드.
  • 기술 관련 여러 유튜브 채널: Talks at Google, Google Chrome Developers, Google Cloud Tech, 개발바닥, The RoadMap, FE재남, 기술 컨퍼런스(React, GraphQL 등)
  • 커뮤니티: Agile Coach Squared, 긱뉴스, 페이스북의 여러 기술 관련 그룹들, 관심사가 비슷한 지인들
    • 좋은 커뮤니티에서는 또다른 양질의 정보 원천도 자주 소개해준다.
    • 조금 맥락은 다르지만 때론 광고도 도움이 된다. 두 달 정도 참여했던 주니어 개발자 이력서 피드백도 페북 광고에서 본 것이었고,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내게 가치가 적은 광고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서 안 뜨게 하는 것도 좋더라.

원하는 정보를 얻는 나만의 방식을 만든다

흘러들어온 정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거나, 탐구해볼만한 질문이 생겼을 때 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두자.

  • 커뮤니티에 물어보기: AC2 디스코드, 긱뉴스 Ask, 페이스북 등. 좋은 질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질문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답이 저절로 나오는 경험도 많이 했다. 최근에 커뮤니티에 던진 질문들(지금까지 만나보셨던 탁월한 개발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이었나요?, 온라인 페어작업을 위한 도구나 방법으로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도 질문 과정과 답변이 모두 좋았다.
  • 전문가를 인터뷰하기: 혼자 공부하기보다는 같이 공부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전문가나 코치와 함께할 때 더 효과적이다. 커뮤니티를 통하면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할 기회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인터뷰 스킬도 중요한데, 김창준님의 과학적 정보수집 대화법 수업과 인터뷰 스킬에 대한 워크숍에서도 충격적으로 좋은 경험을 많이 하여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배운 걸 토대로 채용 인터뷰 설계도 해봤고, 자산 운용 전문가를 찾는 여정에서도 AC2의 지인을 통한 전문가 인터뷰로 통찰을 많이 얻었다.
  • 논문 읽기: 학교 연구가 아닌 내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논문을 읽는 건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팀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할 때는 연구논문을 읽는 게 과학적 근거가 담긴 합리적인 답을 얻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좋은 논문을 찾고,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정리해볼 생각이다.

큰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40시간은 직장 사람들과 함께 보낸다. 잠자는 시간 빼면 내 삶에서 가족에게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셈이니, 이 시간이 최대한 보람차고 재미있길 바란다. 그러려면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는, 일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 몸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달 전 인생 계획을 세운 뒤 오랜 탐색 끝에 XL8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AI 분야가 무척 가치있게 느껴졌으며 팀과 프로덕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Coming up - 3개월간의 이직 여정: 나는 어떻게 XL8을 선택했나 )

탁월한 동료들이 있는 직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좋은 직장에서는 좋은 정보도 많이 흘러들어오고, 자연스럽게 여러 자극을 받으며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기회도 얻기 쉽다. 요즘처럼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실력 좋고 신뢰가 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다. 그래서 원래 알고 지내던 실력자들과의 관계가 더욱 소중해질뿐더러, 그런 실력자들이 여럿 포진해있는 직장도 무척 소중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 새로운 가치를 찾아 이직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만 너무 몰입해서 기존 직장에 있는 좋은 분들과의 (이미 맺어진) 관계가 깨지는 실수는 범하지 말자.

선택지별 시간/가치의 실험 기반 예측

좋은 환경을 구축하여 좋은 선택지가 많아졌다면 이제 그 중에서도 더 가치있는 것들을 골라내야 한다.

  • 이 일을 하는 데 나에게, 내 협력자에게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들까?
  • 이 일에 나와 협력자의 자원을 그만큼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충분히 클까?

그러나 정확한 예측은 언제나 어렵다. 가치가 높은 일일수록 뻔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에 완벽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작은 단위로 실험해보고 학습하여 제대로 결정하는 구조가 더 좋다.

가설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우선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자. 단순하게 ‘흥미로운 경험일 것 같아서’로는 부족하다. 이런 질문들에 잘 대답해보자.

  • 내게 가치있다고 정의한 네 가지(지혜 습득, 기술 숙달, 감정적 충족, 물질적 충족)에 얼마나 부합하는 활동인가?
  • 이 일이 잘 끝났을 때 내가 어떤 상태가 되어있기를 바라는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 내가 원하는 상태로 가까이 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스스로 인지할 수 있을까?
  • 지금 다른 일 대신 이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대체재가 없는 종류의 일이거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거나, 이후의 경험에도 큰 도움을 줄 메타 패턴에 대한 일이거나)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실험하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봤다면, 그 일의 핵심을 포함하면서도 가장 단순한 버전을 상상해보고, 체험해본다. (애자일에서는 이런 것을 WTSTTCPW, What's The Simplest Thing That Could Possibly Work? 라고 하더라) 때로는 사고 실험으로도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될 수 있지만, 정보 획득을 위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태도를 가지면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쉬워진다.

유용한 사전체험 방법 중 하나는 어떤 분야나 기술로 딥다이브하기 전에 신뢰하는 커뮤니티에서 필터링해준 정보나 큐레이션으로 요약된 정보를 읽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요약된 글을 읽으며 잠깐 시간을 보내는 건 큰 비용이 아닐 수 있으나, 어떤 체험은 비용이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요즘은 영상으로 된 정보가 많은데 영상은 정보 밀도도 낮고 훑어보기도 어려우니 체험 비용이 높다고 볼 수 있다(그래서 영상을 자동으로 자막화 + 요약하는 기술에 관심이 간다). 당연히 사람을 고용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체험하는 수준이 되면 내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그 체험 비용은 실제로 큰 의사결정을 잘못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적으리라 믿는다.

재밌는 점은, 높은 비용이 꼭 높은 가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이 세상에 얼마나 많던가?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면 이런 저평가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좀 더 쉬워지겠지만, 요즘은 비용 대비 가치가 높은 물건이나 활동을 득템하는 것 자체보다는 그 저평가된 것들의 공통 패턴을 발견하기 위한 학습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냉철한 기준에 따라 실험을 멈추기

사전 체험이나 실험에서는 높은 비용을 들이고도 당장의 가치 창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을, 이는 학습을 위한 비용임을 인정한 채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 문제는 언제 실험을 끝내고 빠져나오거나 본 게임으로 들어갈지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원래 실험의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체험 과정에서 학습한 걸 바탕으로 설계를 바꿀 필요는 없는지를 생각해보고, 지금까지 일이 진행된 정도와 방식을 고려했을 때 이 일을 이 방식으로 계속하는 게 나에게 여전히 가치있는 일인지 외삽해본다.

여기서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매몰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멈춰야 하는데, 사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는 것도 쉽지 않지만 조직에서는 더 어렵다. 누가 봐도 쉽게 결정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성공/실패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의 실험 결과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내가 일을 도중에 중단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가진 채 시작하거나,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의사결정하는 게 궁극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바를 협력자들 사이에 (되도록이면 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합의하도록 노력하자. 그러지 않으면 부족한 정보로 거대한 의사결정을 해놓고 그게 최적이었을 거라고 애써 정당화하거나, MVP라는 명목으로 기능을 만들어두고 영원히 다음 이터레이션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할 일들을 ROI 기반으로 평가하고 선택하기

이 글의 목적이 더 좋은 선택을 위한 나만의 ROI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었으니, 이쯤에서 지금까지 생각한 기준에 따라 개인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평가해서 앞으로 몇 주간 집중할 일들을 선택해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이 평가 및 선택 시스템이 적절했는지 회고해보고 개선한다.

평가표 구성

  • 일의 분류와 주제
  • 왜 중요한가? 일이 끝나면 내가 어떤 상태일까?
  • 이 일의 에센스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활동 하나(WTSTTCPW)
  • 가치 평가 (1-5)
    • 지혜 습득: 추상화 수준이 높은가(메타 패턴에 가까운가)?
    • 기술 숙달: 문제 인식/정의/해결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
    • 감정 충족: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가?
    • 물질 충족: 당장 돈을 받을 수 있거나, 부자가 되기 위한 4가지 능력(벌기/모으기/유지하기/ 쓰기)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가?
  • 비용 평가 (1-5)
    • 걸리는 시간: 집중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
      • 2시간 이내 / 4시간 이내 / 8시간 이내 / 16시간 이내 / 예측 불가
      • 전체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면, WTSTTCPW 기준으로 시간을 생각해본다
    • 드는 에너지: 이 일이 내 멘탈 에너지를 얼마나 소모시킬까.
      • 에너지가 오히려 생김
      • 빈둥거리면서 할 수 있음
      • 끝나고 비교적 무거운 작업 바로 할 수 있음
      • 힘들지만 끝나고 가벼운 작업은 할 수 있음
      • 끝나고 나서 잠, 식사, 놀이 등으로 재충전 필요
  • 일찍 할수록 좋은 일인가? (1.0-1.52.0)
    • @February 13, 2022 업데이트: 목록대로 실행하다 보니, 내가 중요하며 일찍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상위에 올라오지 않는 게 꽤 있었다. 그래서 일찍 스케일 점수 폭을 2.0까지 늘렸다.
  • 합계 = (가치평가 총합 / 비용평가 총합) * 일찍 스케일

아래는 위 기준에 따라 내가 @February 4, 2022 현재 하고 싶은 일들 20여개를 망라한 뒤 점수 기준 상위 5개를 추린 것이다. 어떤 건 내가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맞는데 어떤 건 의외로 점수가 높아서 놀랐다. 아무래도 걸리는 시간을 적게 잡은 것들의 점수가 확 높아졌는데, 일단 점수 매기는 방식이 어땠는지는 차치하고 당분간 이 목록의 상위 작업들을 실제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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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가치있는 선택을 더 많이 하려면, 가치있는 선택지가 발견되는 환경을 만들어둬야 한다.

  •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필터링하기 위해 좋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독하고, 좋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도록 하자.
  • 흘러들어온 정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거나, 탐구하고 싶은 질문이 생겼을 때 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몇 개 마련해두자.
  • 일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 몸담자. 훌륭한 동료들이 있는 직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여러 선택지들의 ROI를 실험 기반으로 예측해봄으로써 가치가 높은 일을 할 확률을 키운다.

  • 그 일을 왜 하고 싶은지 가설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여 사전 체험과 실험을 한다.
  • 실험 과정에서의 학습으로 냉철한 기준을 만들어, 멈춰야 할 때는 매몰비용을 아까워하지 말고 멈춘다.

실제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서 지금까지 만든 기준으로 평가하고, 높은 평가를 받은 일들을 위주로 선택해서 실행한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선택한 일들을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춰, 내 삶의 ROI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본다.